언제나 그 자리에 : 롯데 가나 초콜렛 예찬

Posted by 2분 전
2017. 3. 3. 01:40 미식

나 초콜릿

난 아주 어렸을 때부터 초콜릿을 매우 좋아했다. 과자나 사탕, 아이스크림도 물론 좋아했지만 그냥 납작하고 긴 그 순수 초콜렛 바를 매우 좋아했다. 집 앞 슈퍼에만 가도 언제나 한 진열장에는 초콜릿이 가득했다. 

가나 초콜릿을 비롯해서 투유 초콜릿, 젠느 초콜릿, 블랙 로즈, 미네뜨, 미니쉘, 허쉬, 크런키 그 외에도 이름도 잘 기억 안 나는 무수한 초콜릿들이 있었다. 

너무 흔해서 진짜 가치를 잘 느끼지 못하는 것이 있다. 너무 식상해서 새로운 것을 찾으려고 할 때도 많다. 

그래도 결국 그 흔하고 식상한 것으로 돌아오는 걸 보면 그것은 흔한 것도 아니고 식상한 것도 아닌 '대체할 수 없는 것'이리라. 

나에게 가나 초콜릿이 그렇다.



어떤 초콜릿을 먹어도 가장 맛있는 가나 초콜렛

초콜릿은 참으로 마법같은 것이다. 달기도 하고 쓰기도 하고 쌉싸름하기도 하고 오묘하게 미각을 넘나든다. 누가 처음 만들었는지 참으로 신통방통한 맛이다. 그래서 그렇게 여러 사람을 중독시키는지도 모른다. 

요즘엔 또 프리미엄 초콜릿도 많이 나온다. 고디바, 로이스, 휘태커스 등등 대부분 먹어보았다. 

그렇지만 왜인지 나는 가나 초콜릿 만큼 입맛에 딱 맞는 것이 없다. 

이게 참 희한했다. 세상에는 맛있는 초콜릿이 얼마나 많은데 왜 나는 가장 먼저 먹어 본 가나만 찾게 되는 것인가?

워낙에 초콜릿에 대한 정복욕이 강한 나머지 일본 여행을 가서도 메이지 초콜릿을 먹어보았다. 역시나 내 입맛엔 가나 초콜릿이 맞았다. 

또한 유럽여행을 가서도 벨기에에 갔을때 '이건 초콜릿 투어다'라고 생각했었다. 

사전조사를 해 본 결과 노이하우스, 메리, 고디바 이렇게 세 가지가 벨기에 3대 초콜릿이라고 나왔다. 

그래서 그랑 팰라스 주변의 가게를 돌면서 저 세 곳의 초콜릿을 모두 먹어보았다. 

결과는? 

가나 초콜릿 압승이었다. 

희한하다. 벨기에의 초콜릿도 썩 내 입맛에 맞지 않았다. 너무 쓰거나 너무 달거나 또는 이도 저도 아닌 밸런스가 붕괴된 초콜릿 맛이었다. 

미국의 허쉬초콜릿은 우유 냄새가 과하다. 그래서 포장지를 뜯었을때 우유비린내 or 애기분유냄새가 나서 잘 안 먹게 된다. 같은 이유로 가나 밀크 초콜릿(빨간 종이상자)은 또 안 먹는다. 

'흠, 초콜릿 강국 중의 하나인 벨기에마저 이렇다니...'하면서 유레일 패스에 몸을 실었다. 

사실 난 내심 가나초콜릿을 능가할만한 엄청난 초콜릿을 찾아다니고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벨기에 브뤼셀에 갔을 때 많이 기대했는데 역시나 내 입맛엔 안 맞았다.

그 다음은 스위스

정말, 벨기에보다 몇 배는 더 기대했었다. 그 청정무구한 알프스의 자연 속에서 자라난 소가 짜낸 우유로 만든 초콜릿은 얼마나 맛있을까? 공정과정 그렇고 초콜릿 공장 사람들의 마음씨(?)도 세상에서 제일 깨끗한 무공해 초콜릿일거야라면서 슈퍼에서 파는 스위스산 초콜릿을 먹어보았다.


...차라리 벨기에가 나았다. 

정말 이도 저도 아닌 밍밍한 맛이었다. 너무 실망해서 차마 다 먹지도 못했던 것 같다. 안에는 딸기 분말을 녹인 듯한 앙금이 들어있었는데 그것마저도 분말냄새가 나고 너무 맛이 없었다. 

그때 다시 한 번 느꼈다. 

'소중한 건 옆에 있다고 멀리 떠나가는 사람에게 말해주오.'

역시 나에겐 가나 초콜릿이었다. 

덧붙여서 최근에 최강이 가성비라고 입을 모아 칭찬을 하던 이마트 노브랜드 초콜릿도 먹어보았다. 

...역시 나에겐 가나 초콜릿이었다. 


초콜렛 타임

나는 적어도 하루에 한 번은 초콜렛 타임을 갖는다. 

주로 아침에 일어났을 때 한 번, 저녁에 컴퓨터 앞에 앉아서 또 한 번이라고는 하지만 사실 수시로 갖는다. 

곁들여 먹기 좋은 차를 준비해야하는데 원래는 집에서 직접 내린 핸드드립커피만 마시다가 최근에는 아이허브에서 산 샹달프의 올가닉 홍차도 즐겨 마신다. 

이 모든 차에는 역시 가나 초콜렛이 제격이다. 

커피와 함께 마실 때는 특유의 쌉쌀하고 깊은 맛이 배가 되고 홍차와 마실때는 단 맛을 보완해줘서 좋다. 

어느 것이 더 나은 조합이라고 얘기하지 못하겠다. 

다만 초콜렛을 그냥 생으로 씹어 먹는 것보다는 이렇게 커피와 차와 함께 즐기는 것이 더 좋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다.


신기하다. 그렇게 유명하다는 많은 초콜릿을 먹어보았는데도 가나 초콜릿만한 것을 찾지 못했다. 

포스트를 쓰면서 나도 놀랐다. 나에게 가나 초콜릿이 이런 존재였나? 라는 생각마저 들었다. 

새삼 느끼는 존재감이 대단하다.


내가 좋아하는 그 모든 것들의 특징이 그렇다. 

특별한 것 없어 보이는 데 대체할 수 없는 자리매김을 하는 것들

블로그를 하면서 언젠가 써야겠다고 생각한 가나 초콜릿에 관한 글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