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잔한 질풍노도 해원씨의 어떤 날 : 누구의 딸도 아닌 해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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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2. 23. 23:20 영화

떤 영화인가?


'누구의 딸도 아닌 해원'은 2012년도에 개봉한 정은채, 이선균, 김자옥, 김의성, 유준상, 예지원 주연의 영화이다. 


중간에 응답하라 1988의 정봉이 안재홍도 잠깐 나온다. 또한 홍상수 감독의 영화이며 네이버 평점이 꽤나 높은 영화이다. 


도입부 부분에 샬롯 갱스부르의 엄마이자 유명 모델이었던 제인 버킨이 깜짝 출연하기도 한다. 


홍상수 감독이 어떻게 섭외를 했는지 궁금해진다. 아무래도 이 사람은 한국보다 외국에서 더 유명한 듯 싶다. 


물론 한국에도 이미 마니아층이 많지만 말이다. 


나는 이 영화를 2012년도에 개봉할 때 홍대 상상마당에서 보았다. 


내 친구 중에 홍상수 영화를 같이 좋아하는 사람이 있어서 언제나 추석 즈음에 그와 함께 영화를 보곤 했었다. 


이 영화가 아마 그와 함께 본 첫 번째 영화일 것이다. 


 후로도 홍상수 감독의 영화가 개봉할때마다 같이 봤었다. 자유의 언덕과 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리다도 함께 보았다. 


서로를 홍상수 영화 메이트로 칭한다. 


어떤 내용인가?


이 영화는 역시나 홍상수 특유의 심플한 필체의 영화 소개와 함께 경쾌한 피아노 소리와 함께 시작한다. 


정말 홍상수는 특이하다. 


특이하다못해 자기만의 독특한 영화 세계를 구축했다. 


사람과는 별개로 그의 영화는 역시나 빠져드는 매력이 있다. 보기 싫은데 보게 되고 보고 싶은데 보기 싫다. 


그 미묘한 감정의 경계에 딱 걸쳐 있어서 한 번 보고 나면 이전까지는 몰랐던 일상 속의 부조리와 찌질함 그리고 덧없음이 보이는 신기한 경험을 하게 된다. 


영화의 주인공 해원이 무엇인가를 열심히 쓰는 장면에서 시작한다. 


그 이후에 해원은 캐나다로 떠나는 엄마와 만나고 하고 싶은 걸 다 하면서 살라고 서로를 격려한다. 


참 별 것 아닌 것 같은 모두가 하는 그런 말들을 주고 받는데도 홍상수 영화에만 들어오면 의미심장하게 변한다. 




이 때 이 영화의 첫 번째 무대인 '서촌'이 나오는데 해원(정은채)가 갑자기 미스코리아 워킹을 하다가 뛰어가는 장면이 있는데 뛰는 폼이 너무 어색하고 웃겨서 나도 모르게 웃었다. 꼭 이렇게 의외로 뛰는 모습이 웃긴 사람들이 있다. 


엄마를 보내고 난 후 왠지 기분이 이상해진 해원은 자기와 사귀는 관계인 유부남 감독 겸 교수(이선균)을 만나서 같이 술집에 갔다가 같은 과 학생들을 만나서 민망한 경험을 한다. 


이후 이들은 이 영화의 두 번째 무대인 '남한산성'으로 가서 즐거운 한 때를 보내다가 과거 연애를 구실삼아 싸움을 하게 되고 그 이후로 구질구질한 관계를 반복한다. 


그 이후에 해원이 우연히 만난 미국에서 교수를 한다는 김의성과 친한 언니인 예지원 그리고 그 언니의 남자친구인 유부남 유준상을 만나서 관계를 겉돌면서도 살갑기도 한 대화를 주고 받는다. 




인상 깊었던 장면


이상하게 가장 마지막 장면이 기억에 남는다. 


영화 시작부터 해원은 '술 마시고 싶다'라는 말을 반복하고 주변의 사람들에게 술을 마시자고 하지만 이상하게 마시지 못하게 된다. 해원이 시간이 안 되거나 그들이 안 되거나 여튼 상황이 우호적이지 않아서 그 흔한 술 한 잔을 못 마신다. 


하지만 마지막, 매우 의외의 인물인 남한산성의 등산객 기주봉에게서 우연히 막걸리를 두 잔이나 얻어 마신다. 


그토록 갈구하고 애원하고 찾던 것이지만 결국 줄 것 같은 사람들에게서는 얻지 못하게 되고, 매우 황당하고 쌩뚱맞은 곳에서 원하는 것을 우연히 단숨에 얻게 된다. 


나도 분명 그런 경험이 있어서 그 기분이 무엇인지 안다.




이래서 홍상수 영화는 자꾸 보게 된다. 


감독은 별 생각 안하고 만들었겠지만 관객인 내가 오히려 의미를 만들어낸다. 


그리고 여담으로 홍상수 영화에 나오는 남자 주인공은 하나같이 직업이 '감독 겸 교수'인데 언제나 어딘가 매력적인 젊은 여자

와 미묘한 관계에 있다. 


'어떻게 영화에다 대고 그렇게 자기 얘기를 해요'라는 '잘 알지도 못하면서'의 고현정의 대사가 있는데 정말 이 감독은 자기 얘기를 영화로 만드는 듯 하다. 


'밤의 해변에서 혼자'에서도 김민희와 자신의 이야기를 그린 듯 하던데...




나의 느낀 점


내가 해원이 나이였을 때 딱 그 때 대학생때가 가장 많이 생각났다. 


다들 저런 시기를 거칠 것이다. 황량하고 외롭고 괜히 슬프고 우연히 즐겁다가도 서글퍼지고 내가 뭘 진정 원하는지도 모르겠고 이 사람인가 싶다가도 아닌 것 같고 또 아닌 것 같다가도 맞는 듯 하고 혼란스럽고 젊고 그런 시기 말이다. 


결국 어떤 면에서는 사람은 다 거기서 거기다. 


다르지만 다 똑같고, 다 똑같은 듯 싶지만 다 다르기도 하다. 


누구든 이 영화를 보면 '해원'에게서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