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상수 / 북촌방향 / The day he arrives / 북촌 방향 / 홍상수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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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12. 20. 21:06 영화

홍상수 감독?

난 홍상수 영화 좋아한다 

감독 개인과는 별개로 그가 만든 영화는 좋아하는 편이다. 

왜냐고 물으면 딱히 이유를 들 순 없다. 그냥 우리네 사는 실제 모습과 가장 똑같은 영화이다. 

우리의 삶은 가까이서 보면 그닥 아름답지도 않고 그렇게 기쁘지도 않고 뼈저리게 아픈 슬픔도 그리 흔하진 않다. 

모두 구질구질한 생각만 하고 지난 날을 후회하고 미래를 걱정하면서 현재를 놓치고 또 후회하고 또 반복하고 반복하는 그런 지리멸렬한 삶을 계속 살고 있는 것이다. 



언제 처음 알게 되었는가?

대학생 때 '문학과 영화'라는 교양수업을 듣다가 그 유명한 '돼지가 우물에 빠진 날'이라는 영화를 처음 보게 되었다. 

그간 내가 봐 왔던 영화와는 완전히 다른 양상이었다. 말도 할 수 없게 찌질하고 구질구질하고 싸이코틱한데 묘하게 빠져들게 되고 내 모습 같아서 부끄럽기도 하다.

마치 영화가 관객에게 이렇게 말하는 듯 했다. 

'봐봐, 너네도 다 이렇게 살지? 고상하게 젠 체하고 자기 포장하고 그러는데 결국 다 이러지?'

그때부터였다. 와 이 감독이 마니아층이 괜히 있는 게 아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뒤로 하하하, 잘 알지도 못하면서, 누구의 딸도 아닌 해원, 자유의 언덕, 해변의 여인 그리고 이 북촌방향까지 보게 되었다. 




어떤 영화인가?

내가 본 홍상수 감독 영화들,  그 중에서도 이 '북촌 방향'이 가장 좋았다

'백년의 고독'에서만 나오는 줄 알았던 '마술적 리얼리즘'이 이 영화에서 너무나도 현실적으로 나온다
사실 누구나 경험해봤을 것이다. 

신기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에게는 신기하고 별 거 아니라고 치부하는 사람에겐 그냥저냥 흘러갔겠지만 말이다.


정말 아이러니하게도 주인공이 힘주어 다짐했던 것들은 의미없이 사라져버리고, 주변 사람들이 그냥 흘린 말들은 현실로 이루어진다.


보람: 나 어제 너무 신기한 일 있었어요. 어제 내가 길에서 이십분만에 네 사람을 만났는데 한 명은 영화감독 한 명은 배우 한 명은 영화과학생 또 한 명은 영화음악하는 사람 ! 너무 신기하지 않아요? 이십 분 안에 만난 네 사람이 다 영화하는 사람들이야.

영호: 그게 뭐가 신기하지? 난 예전에 하루에 같은 사람 세 번 우연히 본 적도 있어.


이 말은 주인공에게 현실로 다가온다.

정말로 주인공은 서울에 머무는 동안 같은 사람을 세 번 만나고 영화쪽 사람 네 명을 순식간에 우연히 길에서 만나게 된다.


반면


주인공: 서울에 머무는 동안 정말 영호형만 만나고 갈거다.

주인공: 내가 꼭 찾아갈게 정말로 기다려줘.


이 말들은 뱉음과 동시에 의미없이 거짓말이 된다.

인생은 아이러니의 반복과 우연의 연속이다.


<기억에 남는 대사들>

1 : 아 정말 신기하다 어떻게 이렇게 우연히 계속 만나지? 
주인공: 그냥 우연인데 사람들이 의미 갖다붙히는거지 뭐 그런걸 느끼면서 조화롭게 살면 돼 그게 잘 사는거야.
1: 아니 난 너무 신기한데. 
주인공: 뭐가 신기해.

2: (식당에서 맛있는 밥 먹으면서)이야 정말 맛있다. 이런걸 먹으면 돈이 안 아까워, 아니 정말로 이런걸 먹으면 돈이 하나도 안 아까워.

3: 우와 피아노 정말 잘 치시네요. 
주인공: (여자들 앞에서 피아노 치면서 속으로 나레이션) 너무 긴장해서 겨드랑이에 땀이 다 났다.

4: 왜 소리를 지르고 그래요! 그냥 말해도 내가 다 알아듣잖아요!

5: 너 그래서 얼마 버냐? 한 7천 버냐? 
주인공: 아 형은 뭐 그런걸 자세하게 물어. 
5: 뭘 묻는다고 그래 ! 니가 쫌생이처럼 별 것도 아닌데 숨기네 새꺄.

주인공: 저 형 정말 똑똑해요 근데 똑똑한데 왜 그런사람들 있잖아요 너무 똑똑해서 자기생각안에만 갖혀있어서 자기발에 꼬꾸라지는 왜 주변에 있잖아요 그런사람..근데 너무 착한 사람이예요.


이거말고도 명대사가 정말 많았다.


글을 다 쓰고 나니 또 보고 싶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