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센스 콘서트 - Anecdote 투어 서울 후기

Posted by 2분 전
2017. 10. 17. 15:09 People

이센스 콘서트 - Anecdote 투어 서울 후기

콘서트는 원체 잘 가지 않는 나인데 이센스의 옥중앨범 애넥도트Anecdote 전국 콘서트가 열린다고 해서 몸소 다녀왔다.

애넥도트는 이센스의 자전적 이야기를 담은 정식 첫 솔로앨범으로 원래는 2년 전에 나오기로 되어 있었다.

그런데 모두가 아시는 대마사건으로 이센스는 1년 6개월의 실형을 살게 되고 2016년 10월 3일 만기출소를 하게 되면서 드디어 2017년에 전국투어 콘서트를 열게 되었다.

솔직히 말하자면 나는 힙합음악을 좋아하기는 하지만 국내힙합은 잘 안듣는다.

그래서 이센스 음악은 가끔 들었는데 솔직히 갓센스라고까지는 생각하지 않는다. 술취한 듯한 엇박랩이 취향인 사람도 있겠지만 내 취향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의 음악에는 그 누구도 시도하지 못한 솔직함과 진정성이 어려있다.

그래서일까? 정신차려보니 나도 모르게 애넥도트 서울 콘서트를 예매하고 있었다.



(광나루역 Yes24 live hall THE ANECDOTE TOUR 서울)



스탠딩 공연은 처음 가봐서 내심 긴장이 됐었다.

나는 좀 늦게 예매한 편이어서 스탠딩B구역 100번대 후반이었는데 어떤 커플이 나한테 표를 바꿔달라고 부탁해서 더 빠른 번호로 들어갈 수 있었다.

그래서 예상했던 것보다 이센스를 가까이서 볼 수 있었다.

저녁 8시, 초대손님인 XXX가 나왔고 그들의 곡을 한 네 곡 정도 들을 수 있었다.

그리고 센스형이 등장했다 !

맨 처음에 부른 곡이 어떤 곡인지 잘 기억이 안나지만 이후에 Writer's block이 나왔다.

(공연 도중 이센스의 담화 시간)



공연 중간중간 이센스의 다큐식으로 찍은 인터뷰 영상이 나오고 (이센스가 무대에서 말했다 '아까 다 봤죠? 그 X나 징그러운 영상'ㅋㅋㅋ)그의 솔직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이 사람은 자기자신을 속이질 못하는 사람이다.

맘만 먹었으면 슈프림팀을 계속 하면서 사람들이 듣고싶어하는 대중적인 음악만 하면서 편한 노선을 갔을수도 있지만 결국 마음에 안 들어서 박차고 나와버렸으니 말이다.

그리고 뭐가 어찌되었던간에 음악에 대한 열정만큼은 순수한 뮤지션이다.

이센스를 보고 있노라면 '돈'얘기를 참으로 많이한다는 걸 느끼는데 그것마저도 속물적으로 보이지 않는다.

랩퍼들이 흔히하는 돈자랑이나 허세가 아닌 '살기위한 수단'으로써의 돈을 이야기하기 때문이다.

어느 인터뷰에서 '우리집 강아지를 마당 없는 좁은 집에서 살게하고 싶지 않아요'라고 한 말이나 본인 노래 가사에 '내 꿈은 누나들의 조기퇴직과 마음껏 빈둥거릴 시간'이라고 한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그는 스스로를'경산 촌놈 안 감춰 더 티내 빡빡이 돌대가리'라며 솔직하게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내보인다.

허세와 가식으로 점철된 이 시대에 이렇게 있는 그대로의 자기자신을 드러내는 아티스트의 작품은 무조건 가치가 있다.

이렇게 솔직하디 솔직한 노래를 무대위에서 부르며 온 몸으로 부서져라 랩을 한다.

그래서일까?

이센스의 무대를 보고 있으면 흡사 판소리의 한풀이 같은 한국적인 느낌이 간혹 묻어난다.

'한국의 밤에 가본 적도 없는 뉴욕이야기에 뻑가는'이센스가 이걸 알면 좀 싫으려나 허허...


여담인데 이센스도 무라카미 하루키의 '직업으로써의 소설가'를 읽은 듯 하다.

Writer's block과 오리지낼리티를 이야기하는 것을 보면 말이다.


여튼 공연 잘 봤다.